글을 쓰는 게 지루해졌다

글을 쓰는 게 지루해졌다. 그게 문제였다.

이전에도 알고리즘이 쓴 글은 인터넷상에 널려 있었다. 물론 초등학생 같은 짜깁기 글들이어서 사람이 쓰지 않았다는 걸 누구나 알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생성형 알고리즘의 출현 이후 4년 차에 접어든 요즘은 완전히 다른 국면에 접어들었다. 인공지능이 웬만한 사람들보다 더 논리적으로 잘 정리된 글을 쓰게 되어버린 거다. The Living Library라는 사이트의 한 아티클에서는 2026년까지 인터넷상의 콘텐츠 중 90%는 인공지능에 의해 혹은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만들어질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을 정도다.(‘Experts: 90% of Online Content Will Be AI-Generated by 2026’)

사실 그런 건 크게 상관없었다. 어차피 글은 블로그에만 쓰고 있고, 내 블로그 방문자는 대부분 나이기 때문이다. 아주 친한 사람들 아니고는 지인들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덕분에 편하게 큰 주제 없이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떠들어댈 수 있다. 마치 일기장인 것처럼 끄적끄적 써대고 가끔 생각나면 뒤적거린다. 그런데 얼마 전 내 블로그를 아는 친구가 이렇게 물어왔다.

‘글을 인공지능으로도 쓰세요?’

그 질문에 마법처럼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사라져 버렸다. 누구나 딸깍 서비스로 비슷한 레벨의 글을 생산해 낼 수 있는 시대. 이제는 생각하고, 정리하고, 퇴고하고, 글을 올리기까지 들이는 절대적 시간을 인정받지 못할 수 있다. 그 가치를 부정당하게 된다.

AI Slop(저노력을 통해 만들어진 단순 프롬프트 산출물)과의 경쟁이라니 왠지 기분 나쁘다. 대결의 출발선에서 그냥 걸어 나오고 싶어진다. 언젠가는 딸깍 산출물이 엘리트가 인고의 시간을 거쳐 만들어낸 것보다 더 대단할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그래도 싫은 건 어쩔 수 없다.

유튜브에서 ‘기쁨, 슬픔, 아름다운 마음’의 김광석 커버를 보고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김광석의 목소리는 이제 세상에 없고, 그 이유로 그의 레거시들이 빛을 발한다. 희미한 기억 속에 존재하는 것들을 모두 선명하게 눈앞으로 끄집어낸다면, 세상에 새로운 것이 나올 수 있을까? 사라져야 새로운 것이 들어설 자리가 생긴다.

우리는 지금보다 더 발전할 필요가 있을까? 더 편해지고 싶다는 소망이 있나? 나는 잘 모르겠다. 수명이 200살이 되면 인류는 더 행복해질까? 고민도 함께 연장될 텐데 말이다. 달나라까지 한 시간에 왕복이 가능해지면, 단지 그곳의 옥토끼를 잃어버리게 되는 건 아닌가? 혼란스럽다.

‘누구보다도 생성형을 많이 쓰면서 왜 그런 이야기를 해요?’

그러니까 더 모르겠다는 거야

그래서 더 어렵다는 거라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멍하니 있는 걸 더 좋아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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