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기억 속의 샌프란시스코는 엄청나게 화려한 도시는 아니었다. 하지만, 피셔맨스 와프부터 연결된 마켓 스트리트에는 늘 사람들이 넘쳐났고, 유니온 스퀘어나 피어는 항상 관광객으로 가득했다.
샌프란시스코 생존기
내 기억 속의 샌프란시스코는 엄청나게 화려한 도시는 아니었다. 하지만, 피셔맨스 와프부터 연결된 마켓 스트리트에는 늘 사람들이 넘쳐났고, 유니온 스퀘어나 피어는 항상 관광객으로 가득했다.
이윽고 야구 게임에서 들어봤던 익숙한 오르간 소리가 들렸고, 관중들은 환호하기 시작했다. 그 소리는 녹음된 것을 틀어주는 게 아니라 라이브 연주라고 한다. 한껏 달아오른 분위기에 야구를 잘 모르는 나도 가슴이 두근두근거렸다. 하지만, 스포츠에 원래 관심이 없었어서 그런지 게임이 시작되자 이내 지루해졌다. 그 지루함을 잊기 위해 동생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했는데…
샌프란시스코는 여기저기 크고 작은 공원들이 꽤 많은데, 큰 공원은 또 엄청나게 커서 골든게이트 파크는 뉴욕의 센추럴 파크보다도 크다.(이 두 공원은 같은 사람이 설계했다고 함) 어쨌든 이 지역의 공원 안은 – 크기와 상관없이 – 강아지 천지다.
트레이더스 조의 육류 코너에는 종류가 너무 많아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야말로 고기에 압도당했다고나 할까? 하지만, 그 많은 고기들 중 뼈가 붙어있는 것은 단 하나였다. 코너의 제일 아랫 칸에 마치 스티브 바이의 아이바네즈 기타처럼 늘어져 있던 슬픈 포장육.
미련 없이 버리고 서울로 돌아갈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좋은 것을 살 필요는 없었다. 인터넷에 보면 가끔 ‘드립니다’ 코너에 가구가 나오기도 하지만, 남 쓰던 가구를 얻어 쓰는 것은 조금 찜찜하다. 사형수가 사용하던 의자에 앉았다가 빙의가 되어 샌프란시스코의 연쇄살인마가 된다던지 하면 곤란하다.
나는 태어나서 렌트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서울도 아닌 이곳에서 그걸 해야 한다고? 친구는 시차 적응이 안 되어 피곤하다며 바로 잠들어 버린다. 혼자 인터넷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수많은 렌터카 중 어디를 선택해야 할지 막막했다.
미국의 매장에서 물건을 계산할 때 Debit카드를 사용하면, 카드 리딩 머신에서 핀번호 입력 후에 꼭 물어보는 질문이 있다. ‘캐시백 하시겠습니까?’
다들 나름대로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자신감 넘치는 ‘민간요법’을 보유하고 있었다. 물론 대부분은 통하지 않았지만, 그들은 ‘어 모르고 카드를 댔더니 돈이 차감되었네? 뭐 그랬음 어쩔 수 없고.’ 하며 별 스트레스 없이 행복하게 살아간다.
은퇴 후에 느긋하게 외식을 하고 영화를 본다는 건 어떤 느낌일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가끔 사는 게 너무 정신없어 짜증 날 때면 밥 어르신이 계약 후에 보내주었던 이 메일을 떠올린다. 그러면서 ‘요즘도 가끔은 재팬 타운에서 식사를 하고 가부키에서 영화를 보시겠지?’…
하지만 스타벅스에서조차도 오 분 동안 주절주절 원하는 레시피를 읊는 이곳 사람들은, 원두의 종류부터 물의 온도까지 세세하게 바리스타에게 전달하여 악착같이 자신만의 커피를 받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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