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심에 불타는 짜릿한 결말에 대비하세요: 더 글로리 파트2

지난주 금요일, 더 글로리 시즌1의 파트 2(에피소트 9 – 16)가 공개되었습니다. 작년 말 시즌1의 파트 1이 공개된 이후로 꽤 많은 분들이 이어지는 이야기를 기다리셨을 겁니다. 개인적으로 주인공들의 어렸을 때 연기가 – 특히 박연진(신예은 분) – 너무 소름 끼쳤던 기억이 나네요. 파트 1의 진행이나 구성 자체가 엄청나게 치밀했다고 하긴 어렵지만, 소재 자체의 강렬한 이슈성과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으로 8편까지 몰아치듯 볼 수 있었거든요. 

송혜교의 연기는 어느 드라마에서나 비슷비슷해서 딱히 칭찬할 점을 찾기는 어렵지만, 특유의 그 무표정하고 건조한 말투가 유독 잘 어울렸던 드라마였어요. 거기에 더해 학폭 가해자 군단인 박연진, 이사라, 전재준, 최혜정, 손명오의 연기는 그야말로 최고였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임지연(박연진 역)의 다양한 감정을 담은 표정연기는 소름이 끼칠 정도였는데, 이렇게 다양한 캐릭터를 한 인물에서 모두 볼 수 있었던 작품이 있었나 싶을 정도였어요. 마치 23 아이덴티티(다중인격 사이코패스가 주인공인 영화)의 제임스 맥어보이를 보는 느낌이었달까? 제일 기억에 남는 부분은 사이가 틀어진 이후 남편인 하도영과의 단짠 대화들과 피우던 담배를 발로 지져 끄는 모습입니다. 담배를 매일 한 갑씩 피워대는 주변 사람들보다도 더 자연스럽네요. 

저는 임지연 씨를 인간중독이라는 영화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지금과는 정반대의 캐릭터 연기였는데 – 영화는 별로 흥행하지 못했지만 – 청순하고 단아하면서도 매혹적인 인상이 꽤 오래 기억에 남았었습니다. 타짜:원아이드잭에도 등장했지만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죠. 제가 보기에는 임지연의 상대가 이광수였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만…(이광수의 작품을 보면 런닝맨만 생각남) 어쨌든, 이번 작품에서의 연기는 엄청납니다. 


이 드라마의 소재는 학폭이고, 어렸을 때의 그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치밀하게 복수를 진행해 나가는 것이 전체를 관통하는 스토리라인입니다. 파트 2에서는 파트 1 때의 떡밥들이 하나하나 성실하게 회수되는 편인데, 사실 대단한 떡밥 자체가 없긴 해요.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진행이랄까? 게다가 중간에 일이 엄청나게 꼬이는 고구마 전개도 없습니다. 대부분의 위기들은 동은의 예측 안에 있으며, 약간 벗어난다 하더라도 이내 해소가 됩니다. 파트 1의 소름 끼치는 학폭 부분만 잘 견뎌내면 이후는 큰 정신적 내상 없이 편하게 감상하실 수 있어요. 

파트 1의 초반부 동은의 학폭 스토리는 너무 유명하지만, 저는 다른 캐릭터인 주여정의 트라우마도 또 하나의 전혀 다른 충격이었습니다. 이무생이 연기한 살인자 강영천은 어느 영화에서 등장했던 사이코패스보다도 강렬했거든요. 수감되어 있으면서 주여정에게 보내온 편지는 소름 그 자체죠. 그런 살인자에게 아버지를 잃은 주여정의 트라우마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예요. 이런 스토리 스트림은 사건 자체의 전개나 주변 인물의 부족으로 시즌2의 소재가 되기는 어려울 것 같지만, 시즌 1에서 캐릭터의 복잡 미묘한 심리적 상태를 많이 활용하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결말 이후의 상상을 풍요롭게 해주는 역할은 충실하게 하고 있긴 하니까. 

개인적으로 파트 2는 1보다 몰입감이 덜 하긴 했습니다. 어차피 떡밥이 회수되고 이야기의 실타래가 풀리는 후반부는 긴장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죠. 그럼에도 반나절만에 모두 클리어하긴 했으니 크게 고민 안 하고 추천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끝까지 적응이 안 되던 게 하나 있는데, 바로 송혜교가 주여정에게 사용한 ‘선배’라는 호칭이 그것. ‘선배’라니요. 

누가 봐도 조카 같은데….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멍하니 있는 걸 더 좋아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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