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아침에 터미널을 가로질러 걸어가는데 어떤 할머니께서 버스 티켓을 하늘에 들고 멋지게 사진을 찍고 계셨다. 들을 음악을 찾으며 걷던 나는 그 장면을 보고는 바로 선우정아의 ‘City Sunset’을 플레이시켰다. 할머니의 행복한 순간을 슬로 템포로 늘려드리고, 나도 그만큼 그 기분을 나누어 갖고 싶었기 때문이다. 

‘City Sunset’은 미니멀한 편곡이 맘에 들어 가끔 차분해지고 싶을 때나 피아노 소리가 듣고 싶을 때 찾아 듣는 곡이다. ‘공항 가는 길’이라는 드라마에 삽입된 곡이라고 하는데, 아쉽게도 나는 그것을 보지 못했다. 이 곡의 앨범 재킷 안의 김하늘은 난간에 손을 대고 어딘가를 쳐다보고 있는데, 눈에 그리움과 아쉬움이 한가득이다. 그 사진을 보고 있으니 드라마, 로망스에서 그녀가 ‘난 선생이고, 넌 학생이야!’ 하던 장면이 생각났다. 뭔가 설명하는 대사가 뒤따르지 않아 여운이 있었다. ‘난 선생이고, 넌 학생이야! (우린 안된다고!)’였겠지만. ‘난 선생이고, 넌 학생이야! (궁합도 안 본다고!)’ 였을지도 모른다. 찾아보던 드라마는 아니어서 결론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사진 속에는 그녀의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감정이 하나도 부족함 없이 캡처되어 있는 데다가 곡도 제대로 분위기를 살려줘서, 앞으로 이 곡을 들을 때마다 늘 방향을 바꿔 다른 곳으로 가고 싶어 질지도 모르겠다. 


할머니도 버스에 탑승하셨고 곡도 끝나서 다시 툭툭 털고 ‘약속에 늦는 거 아닌가?’ 하며 길을 걷고 있지만, 모처럼 날씨도 좋으니 – 음악 속의 가사와는 상관없이 – 할머니는 즐거운 여행을 하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여행은 기분이 좋아도 떠나고 싶어 지는 거니까.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멍하니 있는 걸 더 좋아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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