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id-19 일지

코로나가 유행한 이후 지금까지 나는 꽤 잘 피해왔다. 주변 사람들은 나를 슈퍼 면역자라 불렀고, 나도 이 정도라면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주변 사람들 중에는 벌써 두 번째인 사람들도 꽤 있었지만, 나는 늘 코로나를 영상, 글, 대화로만 접했다. 마치 다른 별세계 이야기인 것처럼…


연말이라 약속이 꽤 많아졌는데, 이번 주는 조금 몰려서 4일 연속 저녁 약속이 있었다. 날씨가 추워져서 귀찮았지만 그래도 착실하게 약속을 이행해 나갔다. 그리고, 마지막 금요일 모임을 끝낸 후 홀가분한 마음으로 귀가를 했던 기억이 난다. 

다음날 아침, 약간 목이 마른 느낌이 들었지만 그것 외에는 별다른 증상은 없었다. 아침을 먹고, 아바타를 예매했다. 평소에 하던 대로 아침 운동을 마치고, 잠깐 누웠는데 오후 네시까지 자버렸다. 물론 아바타는 보러 가지 못했다. 평소에 낮잠을 자는 편이 아니어서 더 이해가 안 갔다. 몸이 약간 무거웠다. 미열도 있었고, 머리도 아팠다. 목은 여전히 마르고, 코도 막혔다. 

‘감기인가?’

키트로 코로나 검사를 했지만 음성이었다. 마침 키트가 있길래 테스트해보긴 했지만, 코로나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나는 3년을 잘 버텨온 사람인 것이다. 병원에 갔더니 증상을 듣고 감기약을 처방해 준다. 

‘처방해드리는 것 복용하시고, 내일 몸이 안 나아지시면 다시 내원하세요. 코로나랑 독감 검사를 해볼 겁니다.’

‘그럴리는 없을 텐데요’라고 속으로 대답하고는 집으로 돌아왔다. 입맛이 없었지만 약을 복용하기 위해 죽을 조금 먹었다. 그리고는 – 낮에 그렇게 잤는데도 – 또 잠을 잤다. 


다음날 아침, 침대에서 몸을 일으킬 수가 없었다. 몸이 침대 아래로 가라앉는 느낌. 가까스로 몸을 일으켜 과일만 조금 집어먹고는 약을 먹었다. 그리고, 자다 깨다를 반복했다. 머리가 아팠고, 이제 기침까지 시작되었다. 목은 계속 마르고, 코도 막히고, 미열도 그대로였다. 계속 ‘오늘은 아침 운동을 못하는 건가?’ 하는 생각만 했다. 지난 5년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았는데, 아쉬웠다. 그러다가 또 잠들었다. 

일어나 시간을 보니 오후 한시쯤이었다. 아무래도 운동을 거를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흉내라도 내야겠어’ 하는 생각으로 몸을 일으켰다. 플랭크를 하다가 쓰러질 뻔 하기는 했지만, 정신력으로 코스를 모두 완주했다. 샤워를 하고는 – 생각해보니 어제저녁에 씻지도 못했음 – 다시 병원에 갔다. 

‘증세가 어때요?’

‘어제 처방해주신 약을 복용했는데, 약간 좋아진다고 생각했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조금 몸이 무거워서 다시 왔어요’하고 다소곳하게 대답했다. 물론 약간 좋아진 적은 없었다. 병원에서는 필요 이상으로 예의 바르다. 의사 앞에서는 모든 증상이 가벼워진다. 아니면 중병을 선고할 것만 같기 때문이다.

‘코가 약간 막히는 듯하면서도 숨은 쉴 수 있고요. 목이 살짝 마르지만, 물을 마시면 괜찮아요. 미열이 있는 것 같아도 손을 짚으면 또 서늘한 느낌이에요. 머리가 아픈데, 평소에도 머리가 아픈 적이 있는 것도 같고…’

의사는 대체 그렇다면 왜 다시 병원에 왔냐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코로나 검사 한번 하시죠.’

‘네’하고 또 다소곳하게 대답했다. 이곳 간호사들은 자비라는 게 없었다. 손을 이마에 대고 밀어 고개를 뒤로 젖히는 것부터 수치스러웠다. 폭력주의자인 간호사는 바로 면봉을 안구에 닿을 정도로 밀어 넣고는 무자비하게 흔들어댔다. 코로나는 물론 안구건조증까지 체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가서 대기하세요.’

‘네’하고 또 다소곳하게 대답했다. 의자에 예비 수감자처럼 가만히 앉아있는데, 진료실 1번에 내 이름이 올라왔다. 나는 조용히 차례를 기다렸다. 

환자분, 코로나 양성이에요

‘네?’ 하고 다소곳하게 대답했다. 믿어지지는 않았지만 침착을 유지했다. 의사는 5일 치 약을 조제해주면서, 보건소에서 메시지가 갈 테니 그대로 하면 된다고 했다. ‘아직 메시지가 안 왔는데요? 대체 제가 어떻게 하면 되나요? 뭘 조심해야 하죠? 격리소로 격리가 되는 건가요? 저는 괜찮은가요? 음압병동은 어떻게 신청하는 건가요?’하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렇게 대들었다가는 독감까지 처방받을 것 같아 조용히 진료실을 나왔다. 

집으로 와서는 샌드위치 반개를 먹고, 약을 복용한 후 주변 사람들에게 상황을 알렸다. 그리고, 내가 코로나라니 아직도 믿을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며 또 바로 잠들었다는 슬픈 이야기.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멍하니 있는 걸 더 좋아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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