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pe

며칠 동안 비가 계속 내렸다. 내리지 않는 것 같아도 자세히 보면 꽃잎이 흩뿌려지듯 비 입자가 바람에 날리고 있었다. 아주 가끔 소강상태小康狀態가 되어도 주변은 연무로 가득했다. 그곳은 내가 활동하는 공간이라기보다는 마치 한걸음 뒤에서 들여다봐야 하는 전시공간 같았다. 그런 바깥을 내다보며 꿈을 꾸듯 수지의 Cape를 들었다. 언제부턴가 비가 오면 이 곡을 들어야겠다고 생각했었다. 

when the rain is pouring…

으로 시작되는 곡이다. 

‘수지가 꾸준히 싱글을 발표하고 있는 거 아세요?’

친구는 그렇게 이야기하며 몇 곡을 더 추천해 주었지만, 나는 이 곡이 좋았다. 계속 돌려 들으며 비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사랑은 봄비처럼, 이별은 가을비처럼’은 너무 많이 들었으니까. 물론 비가 오기 전에도 플레이리스트의 맨 위쪽에 올려두고 늘 이 곡으로 감상을 시작했다. 그 이후로 내 퇴근길 발 밑은 늘 가랑비로 찰박거렸다. 


꾸준히 신곡을 발표하고 있었다는 것은 잘 몰랐지만, ‘행복한 척’ 이후 그녀는 이미 내게 아이돌이 아니라 뮤지션이었다. 앞으로도 계속 그녀의 곡을 만나볼 수 있게 되길 바란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멍하니 있는 걸 더 좋아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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